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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 당신이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by GEOSTAR 2014. 2. 10.

당신이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것이 문제다
해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잊어버린 부드러운 말
쓰지 않은 편지
보내지 않은 꽃
밤에 당신을 따라다니는 환영들이 그것이다

당신이 치워 줄 수도 있었던
형제의 길에 놓인 돌
너무 바빠서 해 주지 못한
힘을 북돋아 주는 몇 마디 조언
당신 자신의 문제를 걱정하느라
시간이 없었거나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사랑이 담긴 손길
마음을 끄는 다정한 말투

인생은 너무 짧고
슬픔은 모두 너무 크다
너무 늦게까지 미루는
우리의 느린 연민을 눈감아 주기에는

당신이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것이 문제다
해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 마가렛 생스터, <하지 않은 죄> (류시화 옮김)



인간이 하는 후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심리학에서는 말한다. 하나는 이미 한 일에 대한 후회이고, 다른 하나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이다. 이미 한 일에 대한 후회도 마음을 괴롭히지만 그것은 어쨌든 일어난 일이고 스스로 자기 위안을 하고 정당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다. 이미 한 일은 '경험'이라는 중요한 자원이 남는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끝까지 남아서 어떤 것은 죽을 때까지 가시처럼 박혀 있다.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라고 말한다.

마가렛 엘리자베스 생스터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활동한 미국 시인이다. 여성 패션 잡지의 편집자로 일한 덕분에 마크 트웨인, 헬렌 켈러 등 위대한 업적을 이룬 중요한 인물들과 만나면서 이 시의 영감을 받았다. 경건하고 종교적인 여성이었으며, 시와 산문을 쓰고, 아이들을 좋아해 몇 권의 아동서적을 썼다.

세계 최초로 남극점, 북극점,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탐험가인 엘링 카게는 저서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에서 "우리는 인생 초반에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하다가 중반을 넘으면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후회하는 일이 더 많아진다."라고 썼다. 저널리스트 시드니 헤리스도 "이미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다. 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위안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미루고 아직 하지 않은 말, 시도하지도 않고 마음속에 접어 둔 일, 두드려 보지도 않은, 그러면서 열리지 않는다고 절망한 문, 펼쳐 보지도 않고 색이 바래져 가는 인생의 책, 꿈만 꾸고 아직 배낭조차 꾸린 적 없는 여행……. 인생의 해가 질 무렵,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바로 그것들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지켜본 일본의 호스피스 의사 오쓰 슈이치는, 인생에는 수많은 후회가 있지만 사람들이 하는 마지막 후회에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를 기록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은 것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은 것
조금만 더 겸손하지 않은 것
친절을 베풀지 않은 것
나쁜 짓에 손을 댄 것
꿈만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시도하지 않은 것
감정에 좌지우지되어 일생을 보내 버린 것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않은 것
기억에 남는 연애를 하지 않은 것
죽도록 일만 하고 취미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은 것
가고 싶은 장소를 여행하지 않은 것
고향을 찾아가지 않은 것
종교를 몰랐던 것
맛있는 것을 먹지 않았던 것
자신을 제일이라고 믿고 살아온 것
아이를 낳아 키우지 않은 것
아이를 결혼시키지 않은 것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지 않은 것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지 않은 것
자신이 산 증거를 남기지 않은 것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건강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것
담배를 끊지 않은 것
남은 시간을 소중히 보내지 않은 것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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